나는 112에 전화했다. 그녀가 약을 너무 많이 먹었다고, 안전만 확인해 달라고, 가족에게 꼭 연락해 달라고.
경찰관 셋이 왔다. 그중 한 명은 처음부터 끝까지 나를 스토커로 대했다. “먹은 걸 어떻게 아세요? 거기 계셨어요?” 나는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그녀의 안전만 확인해 주세요.
이틀 뒤 다시 걸었다. 받은 사람은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말했다. “당신은 스토커 혐의가 있습니다. 피해자는 안전합니다. 연락하지 마세요.” 가족과 확인했냐고 묻자, 확인해 줄 수 없다고 했다. 전화는 끊겼다.
그사이 그녀의 메신저 계정이 내 어머니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경찰서에 와 있으니 아들을 스토커로 신고하겠다고. 그녀는 내 어머니에게 그런 말을 할 사람이 아니었다. 그날 나는 확신했다. 그녀의 이름으로 말하는 건 그녀가 아니다.
내 생일 다음 날 점심, 부모님과 밥을 먹는데 그녀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한, 예전 그 목소리였다. 공연 얘기를 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어서, 한 시간 뒤에 다시 전화해 달라고 했다.
한 시간 뒤, 그녀 대신 경찰서 번호와 비슷한 번호가 전화를 걸어왔다. “스토커 혐의가 있으니 그녀에게 절대 전화하지 마세요.” 나는 물었다. 방금 그녀가 먼저 전화했는데요. 당신 누구예요. 녹음되고 있죠? 그날 밤, 랜턴 하나만 남는 순간은 우리 둘 없이 지나갔다.
그날 자정, 선배가 전화했다. “너 조심해라. 너 스스로를 걱정해라. 정신 건강 챙기고.” 나는 고맙다고 했다. 그 말이 걱정인지 경고인지, 나는 이번에도 알 수 없었다.
다음 날 나는 경찰이 연 사건을 찾아보는 형사 사건 조회 시스템에 내 이름을 넣었다. 사건 0건. 나에게 스토커 혐의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