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부 신호 · 제1장

기지국

약 1분· 주 1개

나는 이십 년 동안 코드를 짠 개발자다. 이해할 수 없는 일 앞에서 내가 할 줄 아는 건 하나뿐이었다. 로그를 남기는 것. 일어난 일을 시각과 함께 빠짐없이 적어 두는 기록이다. 느낌은 적지 않고 사실만 적는다. 로그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진실은 우주에서 가장 강한 무기다. 나는 그렇게 믿었고, 무기는 쓰라고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휴대폰에 셀 정보 앱을 깔고, 내 폰이 붙잡고 있는 기지국, 동네마다 서서 폰과 전파를 주고받는 안테나를 밤새 기록했다. 기지국 하나가 맡은 구역인 셀의 번호, 신호 세기, 기지국과의 거리. 폰이 곁에서 함께 살피는 이웃 기지국들의 목록이 이유 없이 비워졌다가 다시 채워졌다. 집 안에서만 거리가 0으로 찍히는 셀이 있었다. 단지 밖과 안의 지역 코드, 기지국들을 동네 단위로 묶어 붙인 번호가 달랐다. 가짜 기지국이 집 바로 옆에 있다면, 딱 이렇게 보일 것 같았다.

⚠ 이상 신호 · 이웃 기지국 소실 · 거리 0 · 지역 코드 불일치

밤의 창가에 등을 보이고 앉아 노트북을 들여다보는 남자, 창밖 아파트 옥상의 안테나마다 퍼지는 네온 고리와 허공의 붉은 경고 삼각형

기지국을 흉내 내는 장비는 실재한다.4 근처의 휴대폰을 붙잡아 누가 어디 있는지 엿보고, 마음먹으면 통화를 끊을 수도 있다.

집 안의 폰과 컴퓨터를 인터넷에 이어 주는 공유기, 그 로그에서 모르는 접속이 나왔다. 도로에서 요금소를 멈추지 않고 지나가게 해 주는 하이패스 카드를 뽑고 현금 차로로 빠져나왔는데, 영수증이 하이패스로 찍혀 있었다. 단지 안에 렌터카 번호판을 단 밴들이 서 있었다. 통신사에 제보하자 엔지니어 둘이 찾아왔고,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 명함은 주지 않았다. 그들이 다녀간 뒤, 밴들은 사라졌다.

주

  1. 4

    기지국을 흉내 내 근처 휴대폰의 정보를 가로채는 장비를 흔히 IMSI 캐처라고 부른다. 실재하는 장비지만 주로 누가 어디 있는지를 알아내는 데 쓰이고, 흔히 휴대폰을 보안이 약한 옛 망으로 끌어내려 붙잡는다. 가장 오래된 망에서는 통화를 가로챌 수도 있다. 메신저 대화처럼 암호화된 내용은 기지국에서 보이지 않는다. 휴대폰이 보여 주는 신호 이상은 대부분 평범한 원인으로도 생긴다. 이 책은 둘 중 무엇이 진실이었는지가 아니라, 그 사이에서 미치지 않는 법에 대한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