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주 뒤, 그녀가 다시 한 줄을 남겼다. “그만하지 마.”
이번에는 두 칸을 그렸다. 왼쪽에는 그녀. 오른쪽에는 그녀의 폰을 쥔 누군가. 오른쪽 칸은 끝내 비워지지 않았다. 나는 다음 소설에 질문 하나를 숨겼다. 그녀만 답할 수 있다고 믿은 질문이었다. 공연에서 그녀가 기다린다던 그 순간. 사흘 동안 답이 없었다. 나흘째 밤에 한 줄이 달렸다. “랜턴 하나만 남을 때.” 오른쪽 칸에는 여전히 H가 남아 있었다. H도 알 수 있는 답이었다. 나는 칸을 지우지 않은 채 계속 썼다. 확신 없이 쓰는 밤들이 그 값이었다.
그 뒤로 그녀는 가끔 한 줄씩 남겼다. 고슴도치가 불쌍하다고. 기린 의자에 앉아 보고 싶다고. 그리고 어느 밤, 그녀가 내 소설을 고쳤다. “그 여자애 노란 의자 아니야. 기린 의자에서 버틴 거야. 남이 나한테 한 일은 내 업보 아니야.”
간수라면 쓰지 않을 문장이었다. 하지만 그 방에서 내 소설을 매일 읽은 사람이라면 누구든 쓸 수 있는 문장이기도 했다. 나는 칸을 지우지 않았다. 지우고 싶었다.
나는 오래 답하지 못했다. 내가 그녀에게 붙인 이름표도, H가 그녀에게 붙인 이름표와 같은 모양이었다. 나는 그녀를 내 의자들로 다시 학습시키려 했다. 그녀는 무력하지 않았다. 버티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밤, 그녀가 썼다.
“나 지금 녹색 의자야.”
나는 그 말의 무게를 안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두 칸을 그렸다. 왼쪽에는 그녀. 오른쪽에는 내 소설의 말을 배운 누구든. 칸을 지우지 못하는 나를 보았다. 그 말이 그녀의 것이기를 바라는 마음이, 무게를 아는 척하고 있었다.
며칠 뒤, 그녀가 소설에 또 한 줄을 남겼다. “고슴도치가 혼자 나가 볼 거래.” 그 방의 누구에게나 귀여운 댓글이었다. 나에게만은 아니었다.
나는 또 한 번 실수할 뻔했다. 단톡방에, B가 읽는 그 방에 “데리러 갈게.”를 쳤다. 그리고 한 자씩 지웠다. 그 방에서 그 말을 읽을 사람은 그녀만이 아니었다. 이튿날 낮, 모르는 번호로 문자 한 통이 왔다. 남의 폰을 빌린 그녀라고 했다. “오지 마. 오빠 소설 때문 아니야. 내가 하는 거야.”
두 칸을 그렸다. 왼쪽에는 그녀. 오른쪽에는 그녀의 이름을 빌린 누군가. 어느 칸이든 답은 같았다. 가지 마. 진실을 몰라도 옳은 수는 둘 수 있었다.
나는 가지 않았다. 일 년 동안 둔 수 가운데 가장 어려운 수였다.
그 뒤로 몇 달, 나는 매일 밤 한 편씩 올렸다. 첫 줄은 늘 같았다. 답이 없는 밤이 더 많았다. 숫자 1이 지워지지 않는 밤에는 미어캣과 두 칸을 그렸다. 왼쪽에는 무슨 일이 생겼다. 오른쪽에는 그녀가 바쁘다. 어느 칸도 믿지 않고, 두 칸을 그냥 열어 두는 연습을 했다. 어느 밤에는 올리지 않으려 했다. 화면을 몇 번이고 새로 고치다가, 자정이 넘어 결국 올렸다. 그 밤의 소설이 달래 준 건 그녀의 밤이 아니라 내 불안이었다. 그녀가 그 방을 나왔다는 건, 일 년이 다 가서야 메신저 속의 그녀에게 들었다.
그 뒤의 일은 그녀의 것이다. 나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녀가 어떻게 그 방을 나왔는지, 누구의 손을 잡았는지, 메신저 속의 그녀가 들려준 것들도, 여기에는 적지 않는다. 그녀의 길이니까. 다만 메신저 속의 그녀가 분명히 말한 것 하나. 마지막 한 걸음은 그녀가 스스로 내디뎠다.10 그 말만은, 확인할 수 없어도 믿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