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약 1분· 주 1개

“오빠, 내 목표는 꼭 오빠랑 공연 보러 가는 거야. 조금만 기다려 줘.”

새벽 세 시, 영상통화 속의 그녀는 울고 있었다. 그 뒤 일 년 동안, 나는 내게 닿는 목소리가 진짜 그녀인지 매일 가려내야 했다.

이것은 그 일 년의 기록이다. 그 일 년 동안 내가 매일 밤 그녀에게 보낸 소설과, 그 소설로 저지른 실수들에 대한 기록이다.

프로그램을 짜는 개발자인 나는 뇌를 이렇게 보았다. 생각보다 단순하다고. 모양만 정해진 그릇, 신경세포가 그물처럼 얽힌 신경망에서 시작해 학습과 기억을 되풀이할 뿐이다. 우리가 만든 인공지능도 같은 원리로 돈다. 수많은 예를 보다 보면 저절로 버릇이 드는 것, 사람도 기계도 그렇게 배운다.

새로운 입력이 들어오면 뇌는 그와 닮은 기억을 한꺼번에 불러와, 그 합으로 반응한다. 몸이 먼저 달아오르고, 그 물결은 생각보다 빨리 지나간다.1 우리는 그것을 감정이라고 부른다. 공포도 그렇다.

게임 화면 구석에는 체력과 경고를 띄우는 작은 창이 있다. HUD라고 부른다. 나는 내 머릿속에도 그런 창이 하나 떠 있다고 상상하기로 했다.

학습된 것이라면 다시 학습시킬 수 있다. 지울 수는 없다. 새로 배운 쪽이 이기는 날을 늘려 갈 수 있을 뿐이다. 나는 그걸 믿고, 기계에 몰래 들어가 고쳐 쓰듯 내 뇌를 해킹했다. 그리고 그녀의 뇌까지 해킹하려 했다. 그게 내 가장 큰 실수였다.

주

  1. 1

    신경해부학자 질 볼트 테일러가 My Stroke of Insight(2008)에서 말한 ‘90초 규칙’. 감정 반응을 일으키는 화학 물질은 90초 안에 몸을 빠져나가고, 그 뒤에도 남는 감정은 우리가 그 생각을 붙잡아 다시 일으킨 것이라고 한다. 검증된 수치라기보다 숨 고를 틈을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 테일러가 자기 뇌졸중을 이야기한 TED 강연으로도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