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저녁별 · 제1장

단톡방

약 1분

전화는 가로채질 수 있었다. 메시지는 바뀔 수 있었다. 찾아가는 순간 나는 스토커가 되었다. 그런데 딱 하나, 아무도 손댈 수 없는 곳이 있다고 나는 믿었다.

그녀와 B, 그리고 나. 셋이 있는 메신저 대화방, 단톡방이었다. 거기 올린 글은 셋이 똑같이 읽는다. 누가 지우면, 지운 흔적이 남는다. 누가 바꾸면, 다른 둘이 안다. 그곳에서는 아무도 진실을 조작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그날 밤부터 그 방에 소설을 올리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편씩. 그녀가 그걸 원하는지는 묻지 않았다.

서른여덟 살 X가 서른두 살 V와 공연 표값 때문에 다투는 이야기였다. 값을 따지던 버릇을 분산 투자라고 부르던 X가, 표값이 비싸다고 투덜댔다가, 자기 뇌 속으로 들어가 빛으로 된 짐승들을 만나는 이야기. 감정은 90초짜리 손님이라는 이야기. 노란 의자에서 일어나는 법에 대한 이야기. 내 규칙을 V에게까지 들이댄 밤도 있었다. V가 노란 의자에 앉게 된 것도 지난 선택의 업일지 모른다고, 나는 썼다.

소설이라는 형식이 나를 지켜 주었다. 아무도 이름을 대지 않았고, 아무도 고발하지 않았다. 그런데 읽는 사람은 다 알 거라고, 나는 믿었다. 그 소설은 그녀에게 보내는 편지였고, B에게, 그리고 B 너머의 H에게 보내는 거울이었다.

B는 한 번도 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 방을 나가지도 않았다. 매일 밤, 안 읽은 사람 수를 뜻하는 숫자가 2에서 1로 줄었다가, 이내 지워졌다. 두 계정이 다 읽었다. 그 계정 뒤에 누가 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진실은 억지로 꺼내지 않아도 된다. 빛이 드는 곳에 두기만 하면, 숨기던 쪽이 먼저 숨을 데를 잃는다. 나는 소리치지 않았다. 매일 밤 한 편씩, 빛을 조금씩 더 들였을 뿐이다. 적어도 그때는 그렇게 믿었다.

나는 복수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그들의 약점, 사람을 움직이는 지렛대인 레버리지는 쥐고 있다고 믿었다. 그들이 무엇을 숨기려 하는지, 로그로 안다고 믿었다. 휘두르지 않고 쥐고만 있으면 된다고. 이 판을 체크메이트로, 장기로 치면 외통수로 끌고 가면 된다고. 말을 하나도 잡지 않고, 아무도 죽이지 않고.